북한이 지난 16일 '남북화해'의 상징이자 판문점 선언 대표적인 성과로 뽑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놓고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대북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과 무능을 거론하며 선공을 날렸다.
볼턴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사진찍기용'이라고 치부한 뒤 "그런 회동이 미국의 협상 위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1·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한 것은 북한의 요청 때문이었다며 "적대국가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 6월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세부사항에 거의 신경쓰지 않은 채 단순히 '홍보행사'로 여겼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실수"라며 "그는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할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볼턴은 이밖에도 북미 비핵화 외교가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말했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낚였다'고도 표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북미관계 교착의 책임을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돌렸다.
볼턴 전 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 모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통을 터뜨렸으며 그럴 만하다고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이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 나와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당연한 일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다. 그게 초기였다.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모델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사망으로 이어져 북한이 극도로 싫어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볼턴 전 보좌관을 해임했을 때도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을 문제 삼으며 비난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한 북한의 압박행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 "그저 그를 해임한 데 대해 되갚아주려는 것"이라며 책 내용이 '순전한 허구'라고 주장하고 '정신병자'라는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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