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집회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많은 한국민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대통령이 억울한 시민의 죽음에 유감과 애도를 표하지 않고 시위대를 비판하고 공권력 옹호에만 몰두하는 것일까"라는 의아함이다.
"트럼프는 원래 예측이 안 되는 기인 아니냐"라거나 "비즈니스맨 출신이라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일경제가 미네소타주 지역매체의 과거 보도와 전미경찰노조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행동에는 경찰과의 끈끈한 '정치 유착'이 터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조지 플로이드 사망 책임이 있는 미니애폴리스의 경찰 노조는 지난해 10월 미 전역 경찰 노조 중에서 처음으로 '트럼프를 위한 경찰(Cops for Trump)’라는 낯뜨거운 지지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미니애폴리스 경찰 노조의 티셔츠 판매 행위는 미네소타주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특정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후보의 이름과 성조기가 찍힌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은 경찰 노조로써 지나친 정치적 개입이자 일반 유권자들에게 편향적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나서서 판매 금지를 요구했지만 밥 크롤 미니애폴리스 노조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티셔츠 한 장 당 20달러에 판매를 시작했다. 밥 크롤 위원장의 비정상적인 판매 행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말리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트위터에 소개하며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밥 크롤 위원장을 격려하며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급진 좌파 시장의 금지 조처에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100% 당신(밥 크롤 위원장)과 함께 한다. '트럼프를 위한 경찰' 티셔츠를 사랑한다"고 응원했다.
뒤이은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 경찰과 노조에 감사를 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의 경찰 노조가 야기한 정치적 중립 논란을 자제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두 번의 트윗으로 셀프 홍보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경찰 사회의 유착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경찰 공무원의 이익을 대표하는 지역 경찰 노조와 더불어 전국 단위의 노조도 가동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노조가 22만명의 경찰 회원을 두고 있는 국제경찰연합노조(IUPA)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붙었던 2016년 대선에서 이 전국 단위 거대 노조는 일찌감치 트럼프를 공개지지(Endorsement)하는 선언을 했다.
그런데 매일경제가 IUPA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 조직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지지한다는 선언을 내놓았다.
IUPA는 한국의 경찰 공제회처럼 회원들의 보험 가입은 물론 대출, 여행 등 보다 광범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경찰의 복지 향상을 위해 뛰는 이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은 22만명의 경찰은 물론 이들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수 백만명에 "트럼프를 지지해달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2016년에 이어 또 다시 자신을 지지키로 결정한 IUPA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미공영라디오(NPR)는 경찰의 과잉 대응과 유색인종 사망 문제에 구조적으로 경찰 노조의 비대화가 개입돼 있다고 염려했다.
경찰 노조가 경찰 개개인을 대신해 고용주인 시정부나 주정부와 매년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협상력을 키우고 과잉 진압 문제가 발생해도 법률적 조력을 제공해 무죄를 이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총기 대응으로 사망한 흑인 비율이 근래 백인의 3배에 이르는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NPR는 경고했다.
한편 7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책임이 있는 현 경찰 조직을 해체하고 예산 지원을 중단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리사 벤더 시의회 의장은 "기존 경찰을 해체하고 우리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지켜줄 새로운 공공안전 모델을 재건할 것"이라며 기존 경찰을 모두 보직해임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경찰 조직을 꾸릴 계획임을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 위한 시의회 내 의결정족수(13명 중 9명)은 이미 채워진 상태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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