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성경을 들고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놨습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최루탄으로 백악관 앞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 올리는 이벤트를 벌이자 자신도 성경을 들고나와 '치유의 사령관'이 되라며 일침을 놓은 것입니다.
민주당 일인자인 펠로시 하원의장은 현지시간으로 오늘(2일) 미 의회에서 취재진 앞에 성경책을 들고 섰습니다.
그러고는 전도서 3장의 구절을 거론했습니다. 전도서 3장은 만사에 다 때가 있어서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불길을 부채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의 사령관이었던 많은 전임자의 뒤를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당시 했던 연설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에릭 가너 사건 당시 한 언급도 인용했습니다.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에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사건은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에릭 가너는 뉴욕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남성으로 최근의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닮은꼴인 사건입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벤트를 벌였던 것을 비판하면서 성경 구절과 전임 대통령을 따라 사태 수습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회견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핵심 참모를 대동하고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호당국이 대통령의 동선 확보를 위해 최루탄을 쏘며 평화시위대를 해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뜬금없는 '성경 이벤트'는 기독교인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헌정된 백악관 인근의 시설을 방문했는데 미 전역에서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이틀 연속 사진찍기용 이벤트를 벌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행보에 대해 독재자에 비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슈머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리얼리티쇼가 끝나고 나라가 숨죽이며 혼돈을 지켜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독재자의 사다리를 한 걸음 내려간 자신에 만족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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