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놓고 총체적 난국이란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허술한 정부의 대응으로 여론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그동안 비판을 자제하던 언론들도 목소리를 높이는 등 아베 신조 총리의 입지도 날로 좁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PCR 검사를 받은 사람 중 양성자의 비율을 뜻하는 양성판정율 집계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6일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에서는 매일 각 지자체가 발표한 자료를 취합해 검사 인수와 확진자 수를 발표한다. 일본 전체 47개 광역 지자체 중에서 후생노동성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곳도 12개 지자체에 달한다. 이들 12개 지자체의 정보는 후생노동성에서 해당 지자체 웹사이트에 공지한 내용을 통해 파악하는 식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나마 지자체별 데이터의 기준도 제각각이다. 우선 검사에서 판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자체별로 다르다. 5월 6일 검사를 받은 사람에 대한 결과가 7~9일 사이에 확인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6일 검사를 받은 환자 중에서 양성을 받은 사람이 몇명인지를 현 상황에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일별 양성판정율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검사건수는 지자체에서 후생노동성에 보고하지만 검사를 받은 사람 수는 각 조사기관에서 직접 보고하고 있다. 한 사람이 수차례 검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중복 또는 누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도쿄를 비롯한 지차제 등에선 민간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검사 건수는 발표 데이터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본내에서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의 오미 시게루 부좌장은 "정확한 검사 데이터가 있으면 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어려움을 정부에서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데이터와는 별개로 소극적 검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에선 이제서야 기준 완화에 나서면서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그동안 일반 성인에 대한 PCR검사 조건으로 제시해온 '4일 이상 37.5도 발열' 조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임산부, 고령자 등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층에 대해 유지하던 '2일이상 증상 지속' 조건도 없앨 전망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4월 이후 검사 횟수를 늘렸다지만 일본의 인구당 검사건수는 여전히 한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나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 같은 콘트롤타워가 없다. 또 후생노동성이 가이드라이 등을 제시하지만 감염확산에 대한 대응 책임은 지방자치정부에 있다. 일본 언론등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모델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터져나오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