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조개 껍데기 모양 로고로 유명한 '글로벌 석유공룡' 로열더치쉘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주 배당 삭감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글로벌 유가가 대폭락 사태를 겪자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쉘마저 휘청이는 모양새다. 주요 석유사가 배당 삭감을 결정한 것은 지난 주 에퀴노르 이후 쉘이 두 번째다. 쉘에 이어 셰브론이나 엑슨 모빌 등 업계 다른 대형 기업들이 배당 삭감 행렬에 들어설지 여부도 관심사다.
30일(현지시간) 로열더치쉘의 벤 반 뷰르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위기로 올해 1분기(1~3월) 순이익이 46% 줄었으며 경영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 구조를 관리하기 위해 이사회는 지난해 말 1주당 0.47달러이던 배당금을 올해 1분기 0.16달러로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배당금 삭감률은 66%에 달한다. 이날 회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600억 3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837억 4000만 달러)보다 39.5% 쪼그라들었다. 쉘 주가는 올해 초 대비 34 %이상 떨어졌다.
CNBC는 쉘이 배당을 삭감하기로 한 것이 제2차세계대전(1939년 9월~1945년 9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를 둔 쉘은 지난 1907년 창립한 다국적 기업으로 전세계 6대 석유사로 꼽히며 업계 1~2위를 다투는 회사다.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는 미국 서부산텍사스유(WTI) 5월물이 '마이너스 유가'사태를 맞은 후 6월 물도 WTI뿐 아니라 브렌트 유도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변동도 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 중에선 에퀴노르가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67%삭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퀴노르는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업체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다음 달 1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계 대형 석유기업 쉐브론과 엑슨모빌, 5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프랑스 계 토털도 배당금을 깎을 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이들보다는 규모가 작은 미국 석유·셰일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주주 배당을 86%삭감하기로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바핏이 투자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다만 원유 시장이 좋지 않은 탓에 지난 15일 버핏 회장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옥시덴탈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는 대신 2억 달러 규모 보통 주를 발행받기로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유전관리업체 슐룸베르거도 최근 주주 배당을 75% 줄이기로 했다. 주요 산유국 감산 등 이유로 회사 수입원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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