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필수품 사재기 열풍이 확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해 "진정하고 긴장을 풀라"며 "(생필품을)너무 많이 살 필요가 없다"고 국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공급망은 원활하게 작동 중"이라며 "일주일간 필요한 식료품만 사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도시의 대형 마트는 생필품 구매를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마트, 홀푸드 등 식료품 체인업체 최고경영자(CEO) 30여 명과 컨퍼런스콜을 하면서 공급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1월 21일 미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1000명을 돌파하기까지 50여 일이 소요됐으나 200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는 불과 이틀이 걸렸다. 존스홉킨스 대학은 15일 오후 11시 현재(미 동부시간) 미국내 확진자가 3774명, 사망자는 69명이라고 집계했다. 기관마다 통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CNN에 따르면 불과 하룻만에 감염자가 700명 가까이 늘면서 전세계 감염자 순위 8번째가 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향후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주정부들이 100~250명을 기준으로 집회를 금지한 것보다 더 낮은 기준선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휴교령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뉴욕시도 4월 20일까지 공립학교 휴교를 결정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대도시 지하철은 텅텅 빈채 운행 중이고 휴업을 택하는 식당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주요 공항은 이날 유럽에서 탈출한 미국인들이 한꺼번에 입국하면서 마비 사태를 겪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경우 입국자들이 건강상태 검사를 거쳐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5~10시간이 걸렸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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