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투자업계의 '큰 손' 소프트뱅크에서 미국 투자를 지휘했던 고위급 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잇단 기업 가치 하락을 겪는데다 세계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은 '비전펀드 2호' 조성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00억 달러 규모 비전펀드의 미국 투자를 지휘했던 미국 투자관리파트너 마이클 로넨이 사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1년 간 투자 위축 등 잇단 실패를 겪은 회사에 우려를 나타내며 "지난 몇 주간 내가 떠날 시기를 협상해왔다"고 FT에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직접 보고하던 최고인사책임자(CPO) 미셸 혼의 사직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또 다른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나간 것이다.
로넨은 그가 투자를 주도했던 GM크루즈, 누로 등 운송·물류 스타트업의 실적이 부진하자 책임지고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투자한 미국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겟어라운드'의 경우 최근 전체 직원의 25%(150명)를 해고하는 대규모 감원을 했다. 미국에서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비용 증가와 업무 효율 저하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위워크 투자로 154억 달러의 대손실을 입게 된 후 소프트뱅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 등주요 스타트업들도 상장 이후 주가가 20~40% 떨어지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출처 = 블룸버그통신]
세계 최대 규모로 이목을 끌었던 비전펀드 2호 출자도 좌초 위기에 처했다. FT는 "예비 투자자 중 누구에게서도 비전펀드 2호에 투자하겠다는 확정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해 4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25% 하락했다.고위 임원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가운데 위워크 투자에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론 피셔 부회장의 거취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FT가 전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를 부인했다. 1995년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피셔 부회장은 손정의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로넨 후임에는 링크드인과 구글 임원을 지낸 딥 니샤르와 전직 도이체방크 임원 콜린 판이 거론되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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