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심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미국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이란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온 한국 정부가 곤란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는 2월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은 이란과의 관계악화를 넘어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가능성을 거론해왔습니다.
오는 1월 중순 아덴만 해역에 도착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천400t)이 오는 2월부터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해 대해적 작전을 하게 되는데 일각에선 왕건함의 작전지역이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언급됐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어제(5일)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상황 등 최근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요청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진원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운은 최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은 이란대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의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중동지역에 있는 한국 국민의 안전과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국민은 이라크에 1600여 명, 이스라엘에 700여 명, 리비아에 150여 명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로선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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