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온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쟁 불사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양측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은 이란과 관계 악화는 물론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위험성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소식통은 5일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상황 등 최근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이달 중순 아덴만 해역에 도착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천400t)이 2월부터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해 대해적 작전을 하게 되는데, 일각에선 왕건함의 작전지역이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돼 왔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진원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운은 최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더욱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은 이란대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의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설사 정부가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하는 방식의 파병을 추진한다 해도 이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선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파병 카드를 완전히 접지는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방위에 기여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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