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초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첫날인 어제(1일) 홍콩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주최 측은 평화행진을 촉구했지만,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4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돼 올 한해도 순탄지 않을 홍콩 정국을 예고했습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어제(1일)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해 6월 9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입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지난달 8일 집회에도 8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 명이 참여한 6월 9일 시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고 추산했습니다. 반면에 경찰은 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습니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쫙 편 다섯 손가락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가리킵니다.
이들은 "경찰 수당 지급에 반대한다", "경찰을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습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시위 진압 경찰 등에 지급된 시간외수당과 식대 등이 총 11억8천500만 홍콩달러(약 1천800억 원)에 달하는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 16살 콴 군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위는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했습니다. 시위 참여자가 워낙 많아 행진은 수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대열의 선두에서는 지난해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들이 행진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행진에는 범민주 진영에서 출마해 당선된 388명 구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구의원에 당선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범민주 진영 구의원들은 앞으로 민생문제뿐 아니라 홍콩의 더 큰 현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시위에는 40여 개 노동단체가 참여해 행진을 이끌면서 시민들에게 노조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미 샴 대표는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미래의 '3파(罷)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파 투쟁은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말합니다.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한 홍콩 경찰은 행진 과정에서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행진을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행진을 평화롭게 진행하자고 호소하면서 200여 명의 질서유지 요원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주최 측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면서 과격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 있는 중국 보험사인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친중 재벌로 비난받는 맥심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에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시위대는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고 법원인 고등법원 입구에 사법부를 비난하는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이어지자 오후 5시 30분 무렵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에 행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시민들에게 시위 현장을 즉시 떠날 것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민간인권전선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시위대는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지역 등에서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코즈웨이베이와 센트럴 지역에 물대포 차를 투입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입법회 의원 등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마구 뿌리고, 무차별 검거 작전을 펼쳐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최소 4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18∼19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이공대와 그 인근에서 1천1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후 최대 규모의 검거입니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지금껏 체포된 시위대가 6천500여 명이므로, 이날 체포자까지 합치면 총 체포자는 7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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