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정부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칠레 시위에 영향을 준 세력으로 K팝 팬들을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칠레 언론이 보도한 논란의 보고서는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최근 검찰에 제출한 112쪽 분량이다.
이 보고서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도화선으로 칠레 시위가 격화한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한 달여간 SNS 등에서 시위와 관련해 500만 명의 사용자가 쓴 게시물 6천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게시물 가운데 19.3%가 칠레 밖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외부 세력이 칠레 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로 해석했고 외부 세력에는 K팝 팬들을 포함했다.
특히 K팝 팬들이 시위 초기 8일간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시위 동참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게시물은 정부의 시위 사망자 통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권 침해를 언급하며, 언론의 침묵이나 SNS 차단을 비판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K팝 팬들 외에도 러시아방송과 베네수엘라 방송, 아르헨티나 좌파 인사들이 칠레 시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칠레 내무장관은 "빅데이터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대단히 정교한 정보를 제출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보고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칠레 야당의 카롤 카리올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망신스럽다"며 "정부는 K팝 팬 등에 책임을 씌우며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 하원의원 마르셀로 디아스도 "세금을 엉뚱하게 썼다"면서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K팝 그룹 멤버들의 공항 사진과 함께 "칠레 사회 혼란 주범들의 공항 독점 사진"이라며 "얼굴을 가렸고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비꼬았다. K팝 스타들이 자주 하는 손가락 하트 모양의 그림을 올리며 '새로운 혁명 인사법'이라고 한 네티즌도 있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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