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재계를 상대로 "미국 실리콘 밸리에 데이터 주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총리가 직접 독일와 프랑스가 함께 구축한 '유럽형 클라우드 서비스'에 재계의 협조를 요구하면서 미국·중국 IT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고용주 협회 컨퍼런스에서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대형 IT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너무 많은 기업이 자사의 모든 데이터를 미국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다"면서 "데이터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 상품들이 미국에 의존해 만들어지는 게 좋은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간 유럽 소비자와 기업의 데이터를 미국·중국 IT기업들이 관리하는 것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왔다. 특히 이 기업들이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정부 데이터마저 관리하게 된 상황을 우려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도 "독일 기업뿐 아니라 독일 내무부 등 데이터가 아마존 서버에 저장되면서 데이터 주권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언급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유럽형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가이아-엑스(X)' 프로젝트에 동참을 요구하면서 데이터 독립에 속도를 높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이아-X는 미국·중국 IT기업에서 독립해 유럽 국가끼리 직접 데이터를 취급·관리하겠다는 구상으로 기획됐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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