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견 홍보'에 나섰다.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참여한 군견을 치켜세우면서 실제로는 대중 관심이 작전을 지휘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함으로써 2020년 재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알바그다디 제거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자랑 중인 성과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IS와 맞서기 위해 요르단 내 시리아 접경지로 파견한 폭발물 탐지견들을 방치해왔다. 이 때문에 굶고 병든 탐지견들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빈축을 산 바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를 추격한 군견 '코넌(Conan)'에 자신이 직접 훈장 걸어주는 합성사진을 올리면서 "코넌이 다음 주께 백악관에 온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군견 사진에 "미국의 영웅!"이라는 감탄사를 달아 트위터에 올렸다가 12시간 쯤 후에는 "살아있는 버전의 코넌이 다음 주께 백악관에 오기 위해 중동을 떠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올린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당시 은퇴한 베트남 전 참전병에게 명예 훈장을 주는 장면에 코넌을 합성한 것으로, 미국 보수 온라인매체 데일리와이어가 게시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31일에 군견 이름을 공개한 셈이 됐다. 최근 미국 뉴스위크 지가 군견 이름은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군 기밀'이라며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앞서 28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참여한)군견은 작전 중에 조금 부상당해 치료를 마치고 복귀할 예정이다. 군견 이름과 사진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는데 불과 몇 시간 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군견 사진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넌의 만남 장소는 백악관이 아닐 수도 있다. AP통신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만남 장소가 백악관이 아닌 다른 안전한 곳이어야 하고, 소수의 동해 하에 언론 취재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넌은 세간이 예상하는 메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코넌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에 미국 전사자나 부상자에게 수여되는 '퍼플 하트 훈장'이나 '용맹의 메달'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WP가 31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한 군견 `코넌`(왼쪽)과 아사 위기로 결국 지난해 미국에 돌아온 요르단 파견 탐지견 `아테나`(위),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지난해 안락사한 요르단 파견 탐지견 `멘시`(아래). 세 마리 모두 똑같은 벨기에 말리노이즈 종이다. 120년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백악관에 반려견을 들이지 않...
한편, 앞서 9월에는 요르단 파견 탐지견 관리실태 국무부 감사 보고서가 제출돼 의회 내 파장이 인 바 있다. 지난 2016년 4월 미국 군견 담당자가 요르단 탐지견들의 죽음·실상 보고서를 국무부에 냈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국무부는 실태 개선 없이 오히려 탐지견을 더 파견했다.코넌과 똑같은 벨기에 말리노이즈 종으로 요르단에 파견된 2살 '조이'는 굶주림과 열사병에 시달리다 2017년 심장마비로 죽었고, 3살 '멘시'역시 모래파리와 진드기에 시달리며 영양실조에 걸렸지만 방치된 탓에 합병증까지 생겨 파견 1년 만에 미국에 돌아와 안락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에 반려견을 들이지 않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코넌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는가 하면, 31일 훈장 수여 합성 사진까지 올리는 것은 같은 날 하원 '트럼프 탄핵 공식 조사' 결의안 채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AP는 "대통령이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상세히 공개한 것도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는 지난 30일 미국 월드시리즈 7차전 날, 트럼프 대통령이 ISIS(IS의 옛 명칭)를 제거했다고 선전하며 알바그다디 사진과 함께 백악관 상황실에서 작전 수행을 지켜보는 그의 사진을 담은 선거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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