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선에 '올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엄청난 광고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주요 후보들을 거뜬히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지털 전략을 연구하는 진보단체 '아크로님'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탄핵조사가 공식화된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페이스북·구글 광고에 230만달러(27억원 가량)를 퍼부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요 민주당 대선 후보자들이 전체 유세기간 동안 동일 플랫폼에 투자하는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캠페인은 트럼프 재선 전략의 핵심"이라며 "(대통령 측은)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등에 '난민 침입' '부패 언론'과 같은 선동적인 주제의 온갖 광고를 올려가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이슈들이 트럼프 캠페인에겐 좋은 '연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지난 대선 때부터 온라인 전략을 담당해온 브래드 파스칼 디지털 디렉터를 필두로 지난 3년간 웹 운영을 구축해온 상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 등 디지털 부문에 엄청난 '총알'을 퍼붓는 배경으로는 보수층을 상대로 자극적인 광고가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인스타그램·스냅챗으로 이동해버린 진보 성향의 청년세대와는 달리 페이스북·유튜브 등에는 중장년층 보수 성향의 사용자가 대다수를 이룬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2011년보다 두 배가 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광고에는 가짜뉴스 필터링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관련 게시물을 노출시키기에 적합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에 대항하기엔 민주당은 너무 점잖고 소심한 장년층의 정치세력이 모여있다고 NYT는 꼬집었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민주당의 전략상, 그만큼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도 힘들다는 냉정한 분석이다. 페이스북에 게시되는 정치 광고물을 연구하는 로라 에델슨 뉴욕대 연구원은 "민주당 후보들은 그런 실험을 훨씬 덜하는 편"이라고 말하며 "(그들에 비하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작은 폭스바겐 자동차 사이를 쏘다니는 슈퍼카급'"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전략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스피어스는 "온건한 메시지를 내보내는 전략은 아무도 등을 돌리게 만들진 않지만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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