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일관계의 불화에는 미국 정부가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더러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 모두 그들의 분쟁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지 않지만 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더든 교수는 "그들(한국과 일본)이 다투는 대상인 그 역사적 순간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개입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등의 과정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더든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일본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윌리엄 시볼드 등 '친일파' 미국 관료의 역할을 언급했다.
시볼드는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정치 고문을 지내는 등 1946~1952년 여러 중요한 직책을 맡으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더든 교수에 따르면 시볼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되기 하루 전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당시 미 정부 내에서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공개했다.
그는 '맥아더와 일본에서:점령의 개인사'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한국인을 폭력 성향이 있는 민족으로 묘사했다. 그는 한국인을 "억압받고 불행하며 가난하고, 조용하면서 뚱한, 슬픈 사람들"로 표현했다.
시볼드는 "1965년 협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 정부는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던 기금을 베트남 개입 확대를 위한 쪽으로 돌려쓰기를 원했다"며 한일청구권협정이 이런 맥락에서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오랜 불만을 협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고 하지만, 미 정부로서는 자국의 이익을 더하고 편의를 위해 동맹을 이용했다는 것이라고 더든 교수는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진전을 이루고 싶다면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거부해왔던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역사를 무기화하고 있다면 그것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역할 때문이며, 미국이 오랫동안 둘 사이에서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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