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해상운임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건화물지수(Baltic Dry Index·BDI)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지난 2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 'V'자 반등을 보이고 있고 컨테이너지수 HRCI도 지난 1월 말 14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국제원자재시장 전문기관인 코리아PDS가 11일 밝혔다.
통상적으로 철광석·곡물·석탄 등 '벌크화물'은 포장하지 않고 분말상태 그대로 선창에 싣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전통적으로 곡물운송은 벌크선을 이용하는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대두수입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컨테이너선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같은 의문에 대해 코리아PDS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건화물 해상운임이 상승한 주요한 요인을 살펴보면 중국 내 철광석 수요 확대가 주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화물 수급여건을 볼 때 전세계 건화물 해상 물동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는 것은 철광석인데, 지난 1월 브라질 광미댐 붕괴 사고와 2월 호주 폭풍 피해로 중국의 브라질산 및 호주산 철광석 수입량이 전년동기비 각각 21%, 20% 감소했다.
최은지 코리아PDS 책임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지속 영향으로 중국 당국의 환경규제가 다소 느슨해진 가운데 중국 제강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조강생산 증가로 중국내 철광석 수요가 커졌다"며 "6월말 기준 중국 철광석 항구 재고량은 115만톤으로 2년반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컨테이너지수(HRCI)는 지난 1월 23일 591로 14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완만한 반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벌크선을 통한 곡물운송에서 최근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미약하지만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교역 수준이 되지 못했던 동남아시아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적 발전을 이루면서 고품질의 고단백 식품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1000~5000톤 가량의 농산물을 거래하는 소규모 사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확대되면서 이를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활용이 증가했다. 그리고 주로 공산품 생산지인 아시아와 소비지인 서구 국가 간 국제 화물 불균형의 초래로 상당량의 컨테이너 박스가 빈 채로 항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간 물동량의 급감은 해상운송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될 것"이라며 "과거 중국이 벌크선을 이용해 막대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하는 위치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소량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만이 이뤄지고 있고, 중국이 미국에 각종 반제품 및 완성된 공산품 등을 수출하는 컨테이너선이 급감했기에 벌크선 규모에 실지 못하는 적은 양의 농축산물이 컨테이너선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유화적 제스처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규모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당분간 중국의 미국산 사료용 대두 수입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코리아PDS가 밝혔다. 다만 중국 대두 수요량의 85%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남미산 대두를 벌크선으로 들여올 것이나, 미국 혹은 제3국으로부터의 많지 않은 양의 대두 구매는 컨테이너선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기준 미국 곡물 수출량 비중으로 볼 때, 전체 해상 수출량 가운데 7%가 컨테이너를 통해 운송됐다. 코리아PDS에 따르면 벌크선에 비해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해상운송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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