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보수 일간지에 진보 신문의 기사가 실려 발행되는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신문 발행 비용을 아끼려 인쇄 공장을 함께 썼다가 일어난 해프닝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이날 신문 초판본에 경쟁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사설과 부고란이 실려 발행됐다. 텔레그래프측은 SNS를 통해 "오늘 일부 판본에 시드니모닝헤럴드 두페이지가 인쇄됐다. 이번 일로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양측이 인쇄 공장을 공동으로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두 신문사는 지난해 신문 발행 비용 감축을 위해 시드니 서부의 인쇄공장을 공동 사용하기로 계약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계약으로 양사는 합쳐 15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가디언은 "광고 시장의 불황으로 수백명이 직장을 잃고 언론사들의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있다"며 "신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언론사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 언론사의 논조가 달라 웃지 못할 풍경이 그려지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텔레그래프와 다르게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 이날 잘못 인쇄된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사설중 하나는 '기후가 위험에 빠지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제목으로, 기후변화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가디언은 "오늘 아침 텔레그래프 독자들은 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텔레그래프 독자들이 우리의 사설을 즐기길 빈다"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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