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 워싱턴DC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포스트 하노이' 북핵 해법 찾기에 나섭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된 교착 국면을 타개하고, 비핵화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톱다운 외교에 다시 시동을 거는 셈입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노딜' 이후 기로에 놓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배드 딜' 보다는 '노딜'을 택하며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중지'를 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무엇보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진해, 남북미로 이어지는 톱다운 해법 찾기의 선순환으로 연결돼 하노이 핵 담판 결렬로 인해 멈춰선 비핵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할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시간 11일로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직후 개최되는 만큼, 이를 전후해 타전될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대로 트럼프 행정부도 김 위원장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워 대북압박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톱다운 해결' 의지를 꾸준히 피력하며 강온 병행 전략을 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했고, 북한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하자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카드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는 점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자 북미협상의 총괄역인 폼페이오 장관의 입에서는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도 대화 재개의 길을 트겠다는 톱다운 돌파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톱다운 해법 모색에 대한 한미 정상 간 공감대가 공식화된다면 일단 포스트 하노이 교착 국면을 푸는 청신호가 켜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임 기간 내내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라는 초대형 국내 악재에서 일단 탈피해 탄핵론의 고비를 넘긴 만큼, 대북 드라이브에서도 보다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한의 '단계론'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 사이에 간극이 극명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절충안'에 대한 한미 간 의견접근을 통해, 실질적으로 김 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할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에 '플러스 알파(+α)'에 해당하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행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올바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톱다운 해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도 '올바른 합의'가 돼야 한다며 빅딜 압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절충안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하느냐로 시선은 모아집니다. 이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불거진 한미 공조 균열설을 불식하고, '촉진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비핵화 전까지 제재는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일부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거론할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의 정서를 이해한다면서도 '제재 유지 원칙'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다만 최근 방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귀국 직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런 다른 어젠다나 이슈에 대해서는 정상들 사이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얘기를 할 예정"이라며 한미 간 톱다운 논의의 여지를 열어둔 바 있습니다.
미 행정부 내 제재·압박 기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현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불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것도 교집합 찾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최근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이른바 '빅딜 문서' 등에 비춰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눈높이는 사실상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대변되는 '싱가포르 이전'으로 회귀한 흐름이어서 한미가 중간지점에서 묘안을 찾아낼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미는 지향점에 해당하는 '큰 그림'에 있어 뜻을 같이하지만, 미 행정부의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과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 '조기 수확론' 사이에는 세부적 눈금 조정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결국 한미 간 조율 결과에 따라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후속 톱다운 외교의 방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관여'를 대표적 외교 성과로 꼽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 가도에서 그 방향을 급선회할 경우 대북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어서 큰 틀의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다만 현상유지를 통한 국면 관리에 치중할지 아니면 과감한 조치를 통해 다시 한번 승부수를 걸지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한반도 정세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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