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경제난과 정정 불안이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서 이웃 국가로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이민 당국은 이날 베네수엘라인 수천 명이 국경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뚫고 자국으로 넘어왔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티안 크루거 콜롬비아 이민청장은 베네수엘라와 이어진 시몬 볼리바르 국경 다리에 이민자들이 몰린 탓에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정권 찬탈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 사태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등 각국이 지원한 원조 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로 이어지는 다리들을 컨테이너와 트럭 등으로 막아 폐쇄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들 원조 물품이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미국의 계략이라면서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이후 베네수엘라인들은 식료·의약품과 일자리를 찾아 양국 국경을 따라 흐르는 타치라 강을 건너 콜롬비아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최근 내린 폭우로 강이 불어나 그마저도 어렵게 되자 다리 위의 바리케이드를 돌파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극심한 가난과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고, 다른 남아메리카 국가들로 이주하려 콜롬비아로 탈출한 베네수엘라인들은 수백만에 이릅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1월부터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미국, 콜롬비아를 비롯한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 아래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벌이며 정치·경제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고위층과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기반으로 권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가 정치 이슈화하고 있어 지원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의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이날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과이도 의장의 면책특권을 만장일치로 박탈했습니다.
의회는 과이도 의장이 정부의 출국금지 명령을 어기고 2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열흘간 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 순방에 나선 점을 사유로 들었습니다.
AP통신은 다만 마두로 정권이 곧바로 과이도 의장을 기소하는 등의 조처를 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짚었습니다.
과이도 의장은 면책특권 박탈에도 아랑곳없이 마두로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그 무엇도 단단히 각오한 국민들을 막을 수 없다"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