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압박에 밀려 재정적자 규모를 줄인 이탈리아의 내년도 수정 예산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 관문도 넘었습니다.
이탈리아 하원은 29일(현지시간) 내년도 수정 예산안을 찬성 327표, 반대 228표로 가결했습니다.
이로써 재정적자 규모를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2.4%에서 2.04%로 축소한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승인됐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초 내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2.4%로 잡은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EU는 재정적자를 크게 늘린 이 예산안에 '퇴짜'를 놓고 수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국가부채 규모가 GDP의 131%를 넘는 이탈리아가 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의 1.8%는 물론, 전임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0.8%보다도 크게 높은 2.4%로 편성하자 채무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며 재정적자 축소를 압박했습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이 손을 잡고 6월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는 초반에는 예산안을 고수하겠다고 했지만, 역사상 유례없는 EU의 제재 위협 속에 금융 시장이 요동치자 한발 물러나 예산안 수정에 합의했습니다.
이날 하원 표결 과정에도 지난주 상원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전 정부 집권당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는 수정 예산안이 예산 통과 시한(31일)에 밀려 충분히 토의하지 않고 급히 표결에 부쳐졌다며 이날 하원 건물 밖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오성운동과 동맹이 이끄는 연정이 하원에서 넉넉히 과반을 점유한 터라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한 이날 하원 표결은 큰 표차로 통과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특정 안건을 신속하게 의회에서 승인받으려 때 통상 해당 안건에 대한 표결을 내각 신임투표와 연계하는 전략을 씁니다.
내년도 수정 예산안은 포퓰리즘 정부의 대표 공약인 저소득층을 위한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도입, 연금 수령 연령 하향, 소규모 자영업자 세금 감면, 금융기관과 사행 산업 세금 인상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또 EU의 요구에 따라 내년 GDP 성장 전망치도 당초 1.5%에서 1.0%로 하향했습니다.
이 예산안대로라면 현재 GDP의 131.7%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내년에는 130.7%로 1%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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