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지난해 뚝 떨어지면서 '차이나머니'의 미국 내 위세가 크게 꺾였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2017년 대미 투자액은 294억달러(약 31조4500억원)로 전년(462억달러) 대비 36%나 급감했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실적이 지난해 90%나 급감한 요인이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미국 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는걸 집중 견제했고 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억눌렀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를 강화한 셈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중국 자본의 대규모 해외 유출을 막고 비이성적인 과열 투자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 M&A를 집중 감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의 '큰손' 안방보험이 스타우드호텔과 리조트를 140억달러에 사들이려던 인수 계획을 포기하는 등 여러 굵직한 인수전이 무산됐다.
경제컨설팅업체인 로디움그룹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엄격한 심사 잣대를 적용하면서 지난해 8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무산된 것으로 분석했다. 올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 첨단기술에 대한 해외자본의 투자를 한층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달 싱가포르기업 브로드컴의 미 반도체기업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건게 좋은 사례다. 외국기업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게 이유였다. 로디움그룹 관계자는 올해 1~2월 중국의 대미 투자가 12억 달러에 그치는 등 올해도 투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투자액은 140억달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투자는 중국 내 신규 공장 설립과 설비 투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 부동산과 교통·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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