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합의 후 외무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기로 했던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발표 이틀만에 이를 포기했다고 9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빌레(DW)가 보도했다.
이날 슐츠 대표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두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내 개인적인 야망은 당의 이익보다 뒤에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 대표는 지난 7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와 대연정 협상을 성사시킨 뒤 당대표직을 사임하고 외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슐츠 대표가 지난해 9월 총선 패배 이후 자신은 앙겔라 메르켈 정권에는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당내 반발이 거셌다. SPD 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슐츠 대표가 외무장관직을 얻는 대가로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 제안에 동의한 것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당원투표에 앞서 여전히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인 점도 고려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SPD 지지자 중 약 60%가 대연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PD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청년조직 유소스(Jusos)의 반대가 거세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표 결과 '반대'가 다수로 나올 경우 어렵게 성사된 정권 수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슐츠 대표는 자신의 인사 논란이 "성공적인 투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내가 연방 정부에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당내 논란도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서 슐츠 대표는 당대표로 취임한 지 1년 만에 쓸쓸한 퇴임을 맞이하게 됐다. 슐츠 대표는 지난해 1월 당원 투표에서 만장 일치로 대표직에 오른 이후 한 때 CDU·CSU 연합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는 등 당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득표율 20.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최대 야당으로 남겠다며 연립 합류를 거부했으나 이를 뒤집고 대연정을 성사시키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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