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가 자화자찬을 위해 과장된 거짓투성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사상 최대의 감세’ ‘수십 년만에 가장 빠른 임금인상’ ‘에너지 수출국 전환’ ‘마구잡이로 허용된 추첨식 비자발급’ 등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감세를 이뤄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율이 더 높았다. 2차대전 직후에도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의 감세가 두 차례나 이뤄진 바 있다. 또 “마침내 가장 빠른 임금 인상을 이뤄냈다”고 했는데 2017년 평균 시급 인상률은 2.5%였으며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인상률은 2.9%였다. 1990년대에는 평균 시급 인상률이 4%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이민정책으로 마구잡이로 발급되던 추첨형 이민 비자가 폐지됐다”고 했는데 이전에도 이민자의 기술과 이민 목적, 안전 여부 등을 평가한 후에 추첨이 실시됐다.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전쟁을 끝냈다”고 한 대목 역시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직전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생산 규제가 해제되면서 2016년에 이미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석유 수출이 수입을 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일은 캐나다 석유 수입을 위한 키스톤 송유관 건설을 승인한 것이 거의 전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춰 미국 가정의 평균 수입이 연간 4000달러 이상 늘어나게 됐다. 큰 돈이다”라고 했지만 법인세 인하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우리 연합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점령지를 100% 탈환했음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고 했으나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거점을 잃은 것은 2014년 공습에 따른 것이며, 특히 시리아는 미군이 아니라 러시아 지원을 받은 아사드 정권의 역할이 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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