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반도체 기업 퀄컴이 유럽연합(EU) 반독점당국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14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여러 국가들에서 수조원의 과징금 폭탄을 받은 퀄컴이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EU 반독점조사국은 퀄컴이 2011년~2016년 사이에 애플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들의 칩을 독점 구입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을 포착했다. 애플에 지불한 비용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 초기 모델부터 아이패드 전 시리즈, 아이폰6S까지 퀄컴의 칩을 주로 사용해 왔다. EU 반독점당국은 퀄컴이 애플에 자사 칩 계약을 요청함으로써 관련 업계를 독점했다고 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퀄컴에 대한 EU 반독점당국의 조사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경쟁 분과위원장은 "퀄컴의 행동이 경쟁업체들의 기회를 박탈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반독점당국은 독점 혐의가 인정된 기업에 연간 수익의 10%까지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퀄컴이 내야 할 벌금의 규모는 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최근 몇년 간 잦은 소송에 휘말려왔다. 애플과는 특허권을 두고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 중국, 대만 등의 규제당국으로부터 받은 과징금의 규모는 총 26억 달러(약 2조 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 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브로드컴과의 인수 문제로도 계속해서 잡음을 빚고 있는 중이다. 세계 4위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은 최근 퀄컴을 1300억 달러(약 140조 880억원)에 인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퀄컴은 "브로드컴이 우리의 기업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거부했고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에도 퇴짜를 놨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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