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의도적으로 격하하고 홀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올해 국정 운영방침을 밝히는 연설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했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1년 전 한국에 대해 제시했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이 아예 삭제됐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3월 18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 언급한 데 이어 2016년 시정연설에서도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시정연설은 2015년 말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직후 이뤄진 것이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 아베 총리는 "한국과는 작년 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하고 오랜 현안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은 지난해말 외교부 산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가 2015년말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TF의 결과 발표 이후 한국 정부가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점, 사죄 등 추가조치를 요구한 점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에 대해 관계 설정이나 가치를 부여하는 수식어를 아예 들어내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위안부 합의를 둘러싸고 골이 깊어진 한국에 대한 언급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관계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그러면서도 '국제약속'을 거론한 것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위안부 TF 검증 결과 발표와 강경화 외교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라 입장 표명을 통해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양국 간 국제약속'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새롭게 언급된 것으로, 당시는 2016년 말 부산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자 일본 정부가 이에 반발, 2017년 1월 9일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귀국시킨 상태였다.
올들어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NHK 프로그램에서도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한국 측이 약속한 것은 성의를 갖고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