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중 세계 최다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자사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해 경쟁사 스냅의 영업 현황 및 기밀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냅의 성장세를 부진하게 한 요인을 파악해 페이스북 운영 전략 수립에 활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해 말 모바일 보안프로그램 '오나보 프로텍트'를 이용해 '스냅챗' 이용자들의 앱 사용 빈도를 추적했다. 페이스북의 최대 경쟁자 스냅은 올해 2월 메시징 앱 '스냅챗'의 지난해 4분기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페이스북은 이 사실을 몇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스냅챗의 영업 현황을 파악하는데 이용한 보안 프로그램 '오나보 프로텍트'는 지난 2013년 페이스북이 2억 달러(약 2140억원)에 인수한 이스라엘 IT 스타트업 오나보가 개발한 것이다. '오나보 프로텍트'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운로드 회수가 2400만회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즉 스냅챗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오나보 프로텍트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중 몇몇을 표본 추출하면 스냅챗의 사용 이력도 쉽게 추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나보 프로텍트'는 페이스북의 요청에 의해 이용자들의 스냅챗 사용 빈도 정보를 페이스북의 서버들에 재전송했고 페이스북은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상품 개발팀이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팀은 이 정보를 통해 스냅챗의 동태 감시는 물론 새 상품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페이스북은 오나보 프로텍트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스냅챗의 사용자 기반은 1년전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출시된 이후 주춤해졌다고 결론지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스냅의 '순간 사라짐' 기능을 거의 똑같이 복제한 기능이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기능을 강화하고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메신저와 왓츠앱, 페이스북 등 모든 앱으로 확대한 것도 역시 오나보의 정보를 토대로 채택한 전략이었다.
페이스북 측은 "오나보는 몇 년 동안 시장 조사 서비스를 수행해왔다"고 설명하며 오나보의 스냅챗 정보 수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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