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카이하버 공항은 40편의 이상의 항공기 운항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이상 고온 때문이었다. 최근 지구촌의 유례없는 고온현상이 비행기 이착륙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날 애리조나주 기온은 섭씨 47.8도를 기록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일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너무 뜨거운 날씨로 인해 비행기가 날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반복될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항공 여행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기온이 높아지면 항공기 운항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밑을 떠받치는 공기 밀집도가 정상 기온 혹은 낮은 기온일 때 보다 엷어지기 때문이다. 공기 밀집도가 부족하면 비행기 이륙에 필수적인 양력이 충분하게 발생하지 못한다. 이를 만회하려면 평소보다 더 긴 길이의 활주로를 달려 얇아진 공기층을 상쇄할만한 양력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활주로 길이를 늘릴 수 없는 공항측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비행기 이착륙을 취소한 것이다.
물론 이상 고온에 따른 비행기 이착륙 가능 유무에는 '크기'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일 스카이하버 공항에서 운항이 취소된 비행기들은 주로 미 국내선을 오가는 소형 기종에 속하는 항공기 였다. 이 기종 비행기들은 기온이 49도 이상이 되면 이착륙이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반해 보잉737s 에어버스A320s 같은 대형 기종 비행기들은 52도 혹은 53도 이상의 기온일 때 운항이 위험한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기준점은 아니다. 해당 공항의 고도, 성능이 개선된 항공기 여부 등에 따라 비행 가능 고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 페인슈타인 아메리칸항공 대변인은 "피닉스 공항의 경우도 높은 기온에도 운항이 가능한 대형 기종이라 할지라도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에는 운항 여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이상 고온에 따른 비행기 운항문제가 예상되는 공항으로 덴버 공항과 라과르디아공항등이 꼽히고 있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리자은 덴버 공항은 평소에도 공기층이 다른 공항들에 비해 얇고, 뉴욕 라과르디아 공항은 활주로가 짧다. 라 과르디아 공항의 경우 짧은 활주로 때문에 이상고온 현상이 아니더라도 화물적재 등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폴 D 윌리엄스 영국 리딩대학 기상학과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비행기가 이륙하는데 대기의 조건을 무시해온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면서 "대기는 기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항공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만 항공산업 분석 업체 RW 만&컴페니 회장은 "항공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기후변화와 관련한 장기적 대응은 충분치 않다"면서 "눈앞에 닥친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은 22일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이달 지구촌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세계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지구촌 기후변화 현상은 과소 평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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