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덕후(마니아)' 직장인 서유라 씨(가명·29)는 최근 푹 빠져 시청했던 리얼리티 방송 종영의 아쉬움을 굿즈(goods·관련상품) 구매로 달래고 있다. 예능 속 인물들을 캐릭터로 만들어 티셔츠, 양말, 스마트폰 케이스에 녹여낸 상품들이다. 서 씨는 "즐겨봤던 방송이 끝난 뒤의 헛헛한 마음을 관련 상품들을 구입하며 채우고 있다"고 했다.
TV 방송과 손 잡는 유통업체들이 늘고있다. 고객에게 친숙한 TV 프로그램의 굿즈를 판매하면 화제성이 생기고, 상품 차별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인기 드라마나 아이돌,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 편중됐던 콘텐츠가 최근에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번지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은 최근 CJ E&M의 공식 스토어인 MYCT를 공식 오픈했다. MYCT는 CJ E&M의 방송 컨텐츠를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상품으로 풀어낸 브랜드다.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서유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수요미식회'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티셔츠, 보조배터리 등을 판매한다.
옥션은 지난 4월부터 '권혁수 한입 호박고구마&알감자'를 단독 판매 중이다. 인기 시트콤을 패러디하며 인기를 끈 배우 권혁수를 상품 모델로 내세웠다. 이 상품은 예능 속 유행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한 덕분에 출시 직후 3000여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옥션이 지난 3월 선보인 '오늘뭐먹지 쿠킹박스 11탄- 간장전골떡볶이'는 단 하루만에 준비했던 수량 300개가 모두 판매됐고,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했던 '오늘뭐먹지 쿠킹박스 7탄- 버섯치즈브렌드' 역시 500개 모두 팔렸다. 쿠킹박스는 올리브TV의 딜리버리 프로그램 '오늘 뭐 먹지? 딜리버리'의 우승 메뉴 레시피가 담긴 상품으로, 조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정량만 담아 구성했다. 간편식처럼 쿠킹박스 속에 담긴 식재료와 레시피를 활용하면 TV 속 요리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TV홈쇼핑과 오픈마켓 간의 협업도 활발하다. 현재 11번가에는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등 4개 업체가 입점 돼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실제 지난해 11번가 내 홈쇼핑 상품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무려 350% 증가했다.
유명 방송인을 영입해 홈쇼핑 방송을 마치 예능처럼 운영하는 업체도 있다. 최근 현대홈쇼핑은 방송인 박미선 씨를 진행자로 내세워 주방용품·가전·식품 등을 판매하는 토탈 라이프 전문 프로그램인 '쇼핑의 선수'를 선보였다. 예능 방송을 연상시키는 듯한 자막 그래픽 및 화면 구성을 통해 홈쇼핑 방송의 재미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이 소개한 '만두밥' 레시피에서 착안한 '고향만두밥' 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TV 방송과의 협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방송의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품 차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연령대·성별·직업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관련 상품을 판매하면 고객층 다각화에 유리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덕후 문화가 형성되면서 관련 상품의 수요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인기 방송을 주제로 한 제품을 판매하면 이른바 '덕후 몰이'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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