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과 수사개입 논란을 둘러싸고 미국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대통령 트럼프보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트위터와 인터뷰 등을 통해 함부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코미 전 국장이 FBI 내에서 갖고 있는 지위, FBI 조직의 코미 전 국장에 대한 지지, FBI가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이 더 두렵기때문으로 보인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미치광이' 발언에 대해 "그 발언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미치광이가 아닐 뿐더러 나는 제임스 코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코미 전 국장이 미국을 위해 능숙하게 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미치광이' 발언에 대해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코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코미와 내 의견이 항상 일치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코미를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과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한편 러시아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논의했었다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들이 지난 해 여름부터 확보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는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나포트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코미 전 국장을 전격으로 해임해 수사방해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지난 2월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궁지에 몰린 상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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