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지난 21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에 따른 추가제재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반대의사를 밝혀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최근 미·중이 협력해 대북압박을 높여온 기조에서 중국이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분위기와 맞물려 유엔의 대북압박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23일(현지시간) 비공개 긴급회의를 갖고 추가적인 대북제재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는 추가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중국은 난색을 표시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추가제재보다는 기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인 의지에 달렸다"면서 "대화가 매우 중요하며,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가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류제이 대사는 "그것은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날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해야 하지만 자국 방어를 위한 일상적인 군사훈련 내지 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제재하기는 곤란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유엔 관계자는 "새로운 대북제재의 필요성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최종방침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새로운 결의를 추진한다면 어느 선까지 하느냐의 문제에서도 입장차가 있다"며 서방 회원국과 중국의 온도차를 전달했다.
서방국가들은 2006년 이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거리에 상관없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추가제재가 무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대사는 회의에 앞서 "더욱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제재 수단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프랑수아 드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도 "기존 제재의 충실한 이행은 물론, 북한 정권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르단을 방문 중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평안남도 북창 일대서 '북극성 2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은 500여㎞를 비행했다. 올해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8번째이며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에 두 번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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