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초호화 '아시아 투어'를 진행중인 살만 사우디 국왕이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우디 국왕으론 11년만에 방중이다. 그는 지난 1999년과 2014년 왕세제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바 있다. 사우디와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이번 방중은 향후 중동지역 정세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16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살만 국왕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사우디의 '2030비전'과 중국 일대일로정책의 협력이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4월 확정한 경제개발 계획인 2030비전은 동아시아와의 경협을 중점사업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최대수출국이자 두번째 수입국인 중국과의 경협이 최우선 과제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으로 사우디로부터 원유수입이 크게 줄어 사우디는 세계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청년보는 15일 사우디가 최근 몰디브측에 수송기지 건설을 위한 용지 매입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안정적인 원유수송을 위해 중간에 위치한 몰디브에 항구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원유수입의 3분의 2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액이 사우디산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국왕이 이번 방중에서 사활을 거는 또 하나의 사업은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 기업공개(IPO)에 대한 중국측의 투자다. 세계최대 석유회사중 한 곳인 사우디아람코는 미국이나 일본 증시에 IPO를 추진중인데, 기업가치가 무려 2조달러(약 2300조원)에 달하는만큼 일반적인 IPO와 비교해 대형 투자자들을 확보하는게 급선무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 국유기업이나 보험사, 정부기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분야에 대한 협력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중 하나지만, 2000년대 후반 중국산 중거리탄도미사일 둥펑-21을 비밀리에 수입해 실전배치한 경험이 있다. 최근 미국과 관계가 냉각됨에 따라 중국과의 군사협력이 과거보다 더 공식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사우디에 손을 내밀어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사우디와 라이벌 관계인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우디까지 끌어안을 경우 '중동의 조정자'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불확실한 가운데 중국이 이 지역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사우디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군사·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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