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46) 피살 사건으로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 통신은 2일(현지시간) 모하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6일자로 파기한다"고 보도했다. 하미디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9년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북한은 말레이시아 국민이 비자없이 방문할 수 있는 첫 국가가 됐다. 북한 사람들도 말레이시아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8년 만에 협정이 파기되면서 양국 국민들은 상대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결정은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서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북한에 대한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더해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부검을 강행한 데 대해 맹비난하면서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일각에서는 양국간 갈등이 국교단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광산 등에는 1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또 사업차 현지를 찾는 북한인들도 적지 않은 만큼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외화벌이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반면 북한을 방문하는 말레이시아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리정철(36)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오는 3일 석방하고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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