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포커 최고수 프로 4명과의 대결에서 압승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포커대회에서 AI '리브라투스'가 한국계 미국인 동 김(한국명 김동규)을 비롯한 세계 최강의 포커 선수 4명을 모두 물리쳤다고 대회 주최 측은 30일 밝혔다.
대회 시작 전에는 인간이 AI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체스나 바둑과 달리 포커는 서로의 패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인간이 AI보다 능숙하게 패를 숨기는 속임수를 쓰고, 상대의 패를 추측하는 직관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리브라투스의 이전 버전 AI인 '클라우디코'는 4명의 인간 선수들과 벌인 포커 대결에서 완패한 바 있다.
리브라투스는 클라우디코와 달랐다. 리브라투스는 포커판에서 인간 선수들을 상대로 속임수를 구사하며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술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 좋은 패를 들고도 낮게 베팅하는가 하면 패가 나쁜데도 높은 금액을 베팅하는 '블러핑'까지 적절히 활용하며 완승했다.
리브라투스를 설계한 토머스 샌덤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게임이론'을 응용했다고 밝혔다. 바둑 경기를 위해 고안된 AI '알파고'가 스스로 프로의 수를 배워 강해지는 '심층학습deep learing'을 쓴 것과 달리 리브라투스는 슈퍼컴퓨터에서 포커 선수가 손에 들게 될 패의 조합을 세밀하게 분석해 가장 좋은 수를 골라냈다. 게임 중반 이후부터 리브라투스는 대결 상대의 버릇까지 분석해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술수를 발휘하며 포커판을 장악했다.
리브라투스와 대결을 벌인 지미 초우는 "리브라투스가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개선할 뿐 아니라 인간의 약점을 찾아내 이용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리브라투스 개발자 샌덤 교수는 "리브라투스가 이길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도박 사이트들도 인간이 승리할 확률이 4배 가량 높다고 봤다"면서 "이번 승리는 AI 기술의 기념비적 업적"이라고 말했다.
노엄 브라운 카네기멜론대 연구원은 "리브라투스는 포커에 한정된 AI가 아니며 사업계약, 군사전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I의 발전에 두려움을 표한 학자들도 있다.
로만 얌폴스키 루이스빌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비즈니스나 군사 등의 분야에서도 AI가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인류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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