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범할 미국 트럼프정부가 중국과 통상분야에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20일 트럼프정권의 개막은 곧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는 18일(현지시간 ) 열린 연방의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실태에 대해 노골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로스 내정자는 중국을 '최대 보호무역국가'로 규정했다. 같은 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한 것에 일침을 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에 대해 다양한 반격 카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중국 양대 국가의 무역전쟁은 일촉즉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로스 내정자는 중국에 대해 정부가 수출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점, 기업의 생산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점을 불공정무역의 대표 사례로 꼽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기업을 소유하고 지원하면서 중국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가격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로스 내정자는 "악의적인 무역행위 즉 정부의 수출기업 소유,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해서 예전처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불공정무역과 관련해 로스 내정자가 주목한 분야는 철강과 섬유 자동차부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빼앗겼다고 여기는 분야와 일치한다. 로스 내정자는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을 막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철강, 알루미늄을 놓고 반덤핑 관세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일자리를 되찾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준비해 왔다.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필요한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고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진용이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들로 채워진 것도 이같은 기류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인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는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자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미국 최대 철강 회사인 US스틸 변호인을 맡아 중국을 상대로 철강분야 반덤핑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피터 나바로 교수는 자신의 책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중국을 가짜 제품의 천국이자 미국 경제를 파멸로 이끄는 주범으로 묘사했던 인물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응해 중국도 보복 카드를 준비 중이다.
레스터 로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차기 미국 정부가 대중 무역투자에 제한을 가하는 등 통상제재가 가해질 경우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로스 위원장은 그러면서 중국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중국내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포문을 열 경우 중국도 △미국산 반덤핑 조사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보잉 항공기 구매계약 취소와 같은 보복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나아가 미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의 통화정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반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 중국도 주저없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산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일방적 수출 관행이 아닌 양국간 경제구조 차이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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