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의 전화 통화를 놓고 양국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 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전화통화를 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평화적인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고 8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6일 오전 9시 40분부터 약 30분간 바이든 부통령과 통화를 했는데, 이날 황교안 총리와도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6일 아베 총리가 미국측의 요청으로 바이든 부통령과 통화를 가졌으며 이때 바이든 부통령이 "미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합의를 지지하고 있으며, 쌍방이 착실히 이행하기를 강하게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측이 일본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분위기를 전달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아사히는 바이든 부통령이 황 권한대행과 전화통화에서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이 엄중한 가운데 한미일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일 양국의 협력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 측은 바이든 부통령과 황 권한대행 사이에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며 아사히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바이든 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부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한 일본의 조치 계획에 대해 상황악화 자제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우리 외교부 안팎에선 “일본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제기하는 아베 총리의 언급만 전하고 상황악화 조치의 자제를 촉구하는 바이든 부통령의 언급은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일본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8일 "바이든 부통령이 그같은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아베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며 “통화는 일본 측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주한대사 일시 귀국 등 관련 조치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바이든과 통화했다는 일본의 보도는 알아보니 언론 플레이 같다"며 "미국 측에서는 일본에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하지 말라 요구했으나, 일본 언론이 이를 쏙 빼놓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일간의 외교 공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일간의 갈등 격화로 한미일 3국간의 북핵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위안부 합의는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NYT는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No Closure on the 'Comfort Women')'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한일) 양국과 미국이 2015년 12월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을 진정시키기위해 일치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특히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한·일이 북핵 위협,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데도 갈등하자, 미국 정부가 합의를 중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박의명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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