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위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리더십을 강화하자." 신년 벽두부터 중국 관영매체들이 시진핑 국가주석겸 공산당 총서기의 권력 강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혈안이다. 지난 4년간의 시진핑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권력집중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CCTV와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신화통신이 쓴 '역사의 선택, 인민의 기대 - 18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중앙의 치국 평가'라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의 기사를 다른 매체들이 전재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일제히 도배하다시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기사는 "만산에는 주봉이 있고, 곤룡포가 아홉장이어도 옷깃은 하나"라며 중국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 주석의 독보적 지위를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아예 기사 제목을 '하나의 국가, 하나의 당, 영도핵심이 중요하다'며 노골적으로 시진핑 권력 강화를 주장했다. 기사에서는 또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뒤 지난 4년간 대내외적으로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에 직면해 리더십을 발휘, 외교 국방 당개혁 등의 분야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관영매체들이 시진핑 1인권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올해 연말 치러질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몰이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한번씩 당대회를 열어 집단지도체제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올 연말에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67세 연령제한에 걸려 물러날 전망이다. 과거 장쩌민, 후진타오 시절에는 1차 임기 마지막 해에 후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는데 올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정치 분석가들은 시 주석이 권력을 강화하거나 또는 집권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
가장 손쉬운 방안은 당대회에서 측근들을 대거 중앙위원과 상무위원에 발탁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 시절 오랜동안 보좌한 측근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5년연임 10년 집권의 현행 규정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적지않아 군권을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거 장쩌민 전 주석이 후임자인 후진타오 취임 이후 2년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한 전례도 있다.
대내적으로 권력기반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을 시작한 가운데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남중국해를 비롯한 영토문제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 전단 훈련에 이어, 주력 함재기인 함재기 젠(殲)-15의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관영 중국해군망은 2일 오전 젠-15가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발진해 남중국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고 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남중국해 상공이 젠-15 전투기를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중국군은 그동안 정찰기를 수시로 보냈지만, 젠-15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상공에 젠-15를 띄운 것은 앞으로 남중국해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빚는 동남아 각국과 미국에 보낸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맞대응에 나서 남중국해에서 패권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중국 군사매체들에 따르면 미국은 동태평양에 배치됐던 3함대 소속 칼빈슨호 항모 전단을 이달 5∼6일께 아시아태평양 해역으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마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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