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견인할 '강달러' 돌풍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정 확대, 감세, 규제완화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시동을 걸면 미 경제 호조 기대감에 따른 달러 강세 압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많은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스탠턴 선라이즈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미 달러를 사들이되 나머지 통화는 전부 팔아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유로, 호주달러 대비 미 달러화가 향후 수개월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최근 베팅했다.
강달러의 위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사건은 유로화와 달러화의 가치가 1대1로 같아지는 '유로-달러 패리티(parity)'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가 2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안에 '1유로=1달러'를 전망하는 응답자가 3분의 2를 넘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에 1.02달러, 올해 4분기에 1달러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99년 출범한 유로화는 2000년 유로당 미화 83센트까지 떨어졌다가 2002년 들어 미 달러 보다 높은 가치를 형성해왔으며 그 후 한번도 패리티를 허용한 전례가 없다.
유로화 약세를 피해 유로존에서 미국으로 급격한 자본 이동이 벌어질 경우 신흥국들은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살펴봐야할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월가에선 한달 내로 달러당 위안화가 7위안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뱅크가 경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는 올 연말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7.4~7.9위안일 것으로 전망했고 45%는 7~7.4위안을 예상했다. 8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5%였다.
또한 달러 강세는 유가와 금 등 원자재 가격에도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띨수록 대다수 외국 수요자들의 구매 부담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벨리에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이반 마트체프는 "2017년 중 달러화로 표시된 금값이 하락할 것이고 금값의 하단은 950달러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말 온스당 1151달러선을 기록한 금값이 1000달러 밑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와 중국발 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탠트럼(발작)이 금과 선진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달러로 촉발된 시장 불안이 금값을 끌어내릴 수 있지만, 반대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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