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패배를 시인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렌치 총리는 5일 자정(현지시간)이 조금 넘은 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총리궁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국민투표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최대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개헌 부결이 유력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 부결을 위해 활동한 진영이 놀랍도록 명백한 승리를 거뒀다”고 패배를 인정하며 “패배에 전면적 책임을 지겠다. 정부에서의 내 경력은 여기서 끝난다”고 말했다.
렌치 정부가 제시한 개헌안은 상원의원을 현행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과 정부 불신임권 등 핵심 권한을 없애는 등 상원의 대폭 축소와 함께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양원제를 채택한 나라로는 유일하게 상원과 하원이 입법 거부권과 정부 불신임권 등 동등한 권한을 지닌 이탈리아의 정치 체계는 양원이 정부의 입법안을 주고받으며 입법을 지연하거나 차단해온 탓에 정치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돼 왔다.
정치 체계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줄임으로써 2차 대전 후 공화정이 들어선 이래 70년 동안 63개의 정부가 바뀐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해소하여 이탈리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인들이 변화를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국민투표 부결 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렌치 총리는 날이 밝는대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렌치 총리는 이로써 2년 9개월 만에 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 렌치 총리는 지난달 중순 취임 1000일을 맞았고, 이는 역대 이탈리아 총리 가운데 4번째로 긴 기간이다.
렌치 총리의 사퇴로 당분간 이탈리아는 정치적 혼돈과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이탈리아는 오는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를 치를 때까지는 과도 정부가 꾸려져 총선을 대비한 선거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 정부의 수장을 맡을 렌치 총리 후임으로는 현재 렌치 내각에서 재무 장관을 맡고 있는 카를로 피에르 파도안 장관이나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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