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5일 유엔 총회의 인권분과위원회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우크라이나와 군사적 충돌로 인한 점령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지 하루 만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ICC에 관한 로마규정’에서 탈퇴하는 대통령령에 공식 서명했다.
로마 규정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권유린 등 반인류범죄를 형사처벌하기 위해 설립된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다자조약이다. 지난 1998년 7월 로마에서 채택돼 2002년 7월 발효했다. ICC는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취급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을 다룬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120여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ICC가 설립 목적과 관련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독립적이고 권위 있는 국제사법기관이 되는 데 실패했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ICC가 14년 동안의 활동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쓰고도 4건의 판결만을 내렸다”고 쓴소리를 했다.
러시아가 ICC 참여를 거부한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뿐 아니라 시리아 내전 사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리아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은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는 서방국가간 내전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등 인권단체는 ICC에 시리아 조사를 촉구해왔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지역에 공습을 퍼부어 국제사회 비난이 일자 휴전을 선포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하고 불과 몇 시간만에 시리아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면서 수십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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