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시장에 트럼프 훈풍이 불고 있다. 엔고에 발목 잡혀 위기감에 휩싸였던 아베노믹스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1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9엔대까지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직후 100엔대까지 급등했던 달러당 엔화값이 순식간에 8엔이나 급락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값 110엔대는 시간문제라며 약세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엔화값이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중심 상장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자 도쿄증시도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만8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은행(BOJ)이 ‘제로수준 관리’를 선언했던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도 오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올 들어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진행돼온 엔고와 주가하락 악순환에 위기에 몰렸던 아베노믹스가 트럼프 덕분에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완화 효과가 희석돼 고민해왔던 BOJ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엔저로 방향을 틀게 되면서 BOJ도 당분간 추가 금융완화없이도 정책수단을 아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아베노믹스는 ‘엔저→기업실적개선·주가상승→임금인상·부(富)의 효과→소비·투자증대→물가상승(디플레탈출)’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엔저와 이에 따른 주가상승은 아베노믹스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BOJ 금융완화와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 먹히지 않으면서 엔고로 흔들렸던 아베노믹스 입장에서는 트럼프발(發) 엔저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엔고로 인해 올 상반기 5년만에 순익이 감소했던 도요타자동차 등 상장기업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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