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미국 국채 값과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장기 국채 금리가 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달러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할 시점이라는 권고를 내놨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 가속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이게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으며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3~4% 혹은 5%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8%대인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가 5%대에 달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준의 주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부문 제외)는 지난 9월 전년대비 1.7% 올라 연준의 2% 목표치에 근접했다. 지난 10월 시간당 평균 근로소득이 작년 동기 대비 2.8% 상승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며 달러화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해 지금껏 달러 투자를 늘려온 투자자들은 금리 보다 더 가파르게 움직이는 인플레이션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빠르다”며 “이처럼 빠른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 가치는 경험적으로 실질이자율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인플레이션이 금리 상승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달러 가치도 약세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질이자율이란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이자율이다.
특히 정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결국 화폐가치를 하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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