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이 눈앞에 닥친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주식·채권·외환시장의 지형이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보다도 훨씬 큰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감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
이미 살얼음판 장세에 들어선 미국 뉴욕증시는 트럼프 후보 당선 때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계은행 바클레이스는 트럼프 후보 당선 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1~13%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씨티그룹은 S&P 500 지수가 3∼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시장에 팔자 세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당선 직후 1∼2일새 S&P 지수가 5∼10%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S&P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리스크’는 뉴욕증시만 강타하는게 아니다.
CMC마켓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 지수가 최소 10%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증시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5%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탠트럼이 일시적 충격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힐러리 후보가 당선되면 시장이 안도하면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클레이스는 S&P 500 지수가 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조엘 프라켄 마이크로이코노믹 애널리스트는 4% 오름세를 예견했다. 힐러리의 당선은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안도감을 불러오는 반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는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힐러리 승리 때 상승(국채가격 하락)할 수 있다.
외환시장도 트럼프 리스크를 잔뜩 우려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 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이 초강세를 띠고 미 달러는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약세를 띨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노무라증권은 “힐러리가 이기는건 충격이 아니지만 만약 트럼프가 이기면 외환시장 변동성은 브렉시트 때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확실성에 취약한 신흥국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세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 투자은행 SEB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달러당 원화값이 11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과 반비례 관계를 보인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땐 페소화 가치가 25%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CNBC방송에 출연해 “힐러리 당선은 달러에 긍정적이고 트럼프는 부정적 재료”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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