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대 자산운용사 헨더슨이 3일 미국의 경쟁업체 야누스 캐피탈과의 합병을 전격 선언했다. 합병 회사의 명칭은 ‘야누스 헨더슨 글로벌 투자회사’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은 이날 두 회사의 합병으로 관리자산 규모가 3200억 달러(약 355조원)에 달하는 투자공룡이 탄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헨더슨은 주식 교환을 통해 야누스와 합병하며 합병 후 헨더슨 주주들이 합병회사 지분의 57%를, 야누스 주주들이 43%를 각각 나눠 갖게 된다. 사실상 헨더슨이 야누스를 인수하는 셈이다. 이번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내년 2분기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합병 전 각각 세계 50위권이었던 헨더슨과 야누스는 합병을 통해 세계 20위권 운용사로 부상하게 됐다. 두 회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야누스의 영향력과 영국·유럽 시장에서 헨더슨의 영향력이 만나 진정한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합병 소식에 이날 야누스 캐피탈은 12.1%, 핸더슨 그룹은 16.7% 급등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최근 액티브펀드 운용사들이 처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액티브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수수료가 더 저렴한 패시브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수세에 몰린 두 회사가 생존을 위해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액티브펀드 운용사다. 액티브 펀드란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소극적 운용을 펼치는 패시브펀드와 달리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를 말한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피터 레나르도스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헨더슨과 야누스 둘 다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거래는 방어적 합병”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탐 씨티그룹 런던 주재 애널리스트는 “패시브펀드로 점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면서 (액티브펀드 업계에서는) 최고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더 나은 수익을 내기 위한 액티브펀드 운용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액티브펀드업계는 최근 투자자들이 패시브 펀드로 이동하면서 고전해왔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패시브펀드와 액티브펀드의 자산 유입 속도는 패시브펀드가 4배 더 빨랐다. 패시브펀드가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자산은 약 6조달러로 2007년 이후 230% 늘었지만 액티브펀드는 24조달러로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산운용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대표는 “패시브펀드의 강세는 국경을 초월해 범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액티브펀드 운용사들은 패시브펀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 감축과 효율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맥킨지는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비용 절감 노력 없이는 2018년까지 자산운용사 수익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연간 1억1000만달러에 이르는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비용절감이 합병의 주 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합병회사의 공동대표를 맡을 앤드류 포마이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층 다양해진 상품 구성과 상호보완적인 고객 기반이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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