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사진)이 최근 불거진 ‘유령계좌 스캔들’ 때문에 그동안 받았던 보상금 4100만 달러(약 451억 원)를 몰수당하게 됐다. 회장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웰스파고 이사회가 유령계좌 스캔들 책임을 물어 스텀프 회장에게 지급됐던 4100만 달러 규모의 ‘언베스티드 스톡(unvested stock)’을 몰수하고, 스캔들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기본급(연간 280만 달러)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언베스티드 스톡이란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된 최고위 임원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스톡옵션이다. 일정기간 근무해야만 소유권이 인정되는 주식으로, 정해진 시점 전에 회사를 옮기거나 사고를 치게 되면 권리를 잃게 된다.
웰스파고는 이날 보상금 환수 관련 발표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며 “면밀한 조사를 펼칠 것이며, 조사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 직원들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고객들의 정보를 동의를 받지 않고 도용, 최대 200만 개의 유령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은행은 이들 계좌의 금융거래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까지 챙겼다. 이 사실이 발각되자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웰스파고에 1억8500만 달러(203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웰스파고 이사회는 최근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직원 5300명을 해고한데 이어, 경영진의 책임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웰스파고 이사회는 글로벌 로펌인 ‘셔먼 & 스털링’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연내에는 조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톰프의 거취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톡옵션 몰수만으로는 책임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여론 때문이다. 스톰프는 지난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강한 질책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아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 이사회 역시 스톰프의 거취 문제를 아직 공식 논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스톰프가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WSJ는 “유령계좌 개설 관련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지만, 이사회가 조사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하원 청문회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스톰프의 거취와 관련된 이사회의 결단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07년부터 웰스파고 CEO 자리에 오른 스텀프는 2010년부터 회장직까지 맡아오고 있다. 그의 임기는 2018년까지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고객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웰스파고의 유령계좌 스캔들 책임을 물어 향후 1년간 지방채 발행과 은행업무 등 영업관계를 정지한다고 28일 밝혔고, 뉴욕 대중교통공사(MTA)도 채권 관련에서 웰스파고를 배제하기로 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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