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 중국기업 제재에 착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들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자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주목된다.
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랴오닝성 소재 훙샹그룹 자회사인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이 기업 대표인 마샤오훙(여.45)의 대북 거래 혐의를 알렸고, 중국 공안은 해당 기업과 마 대표 등의 자산 일부를 동결했다.
훙샹실업의 혐의는 이날 공개된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연구기관인 C4ADS의 공동연구에 상세히 드러나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1년부터 5년간 중국에 1억7100만 달러(약 1900억 원)어치를 수출했으며, 여기에는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 4종류도 포함됐다. 해당 물품은 99.7% 고순도 알루미늄괴를 비롯해 텅스텐의 최종 가공품인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 산화알루미늄, 3산화텅스텐 등으로 미사일은 물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 제조 과정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원자재들이다. 일부 중국 기업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다는 의혹이 실체로 드러난 셈이다.
훙샹실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개별기업의 불법거래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사법적 조치라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독자제재 카드인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자금줄 봉쇄를 위해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행정 조치다. 하지만 미 법무부가 중국 당국의 협조를 받아 훙샹실업을 처벌할 경우 그 파장은 세컨더리 보이콧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 특히 중국기업들에 대해 미국이 직접 처벌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대만 언론에선 중국이 미국의 북한핵 정밀 타격을 묵인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는 20일 중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과 김 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斬首)’ 작전을 감행할 경우 중국은 이를 묵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올해 초 북한 핵시설을 타격할 계획을 세웠지만,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중국이 입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을 가장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반관영매체 환구시보도 20일 “한미일과 북한이 충돌하겠다면 중국은 막을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도발과 한미일의 대북제재 및 군사협력 정황을 거론하며 “중국은 상황악화를 대비해 레드라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한 레드라인이란 북한에는 핵실험을 중국 변경에서 하지말 것을, 한국과 미국에는 군사배치가 중국에 위협이 되선 안된다고 경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실상 북핵에 대한 한미의 군사적 해결을 가정하고 중국이 이를 저저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측에 대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라고 촉구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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