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론이 트렌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으로 인해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한 트렌스젠더 학생이 지역학교위원회를 대상으로 ‘트렌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제한’을 놓고 제기한 소송에서 학교측 손을 들어줬다.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생물학적 성(biological sex)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지니아주 글로스터에 사는 개빈 그림 군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한다. 그는 지난해 글로스터 학교위원회가 “지역 내 모든 학생들은 생물학적 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공표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버지아주 법원은 그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는 당시 “제 또래 아이들은 자아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그것이 트렌스젠더 청소년 사례일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며 “매번 원치 않는 화장실을 갈 때 마다 고통스럽다”고 했다. 반면 학교위원회측은 “이 학생이 남자 화장실을 쓰기 시작하면 학교에 혼란을 주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희망의 불씨가 살아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미 연방고등법원 4위원회는 지난 4월 그림 군의 소송을 연방법원에 넘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4위원회는 글로스터 학교위원회 방침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성차별 금지법( Title IX)’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림 군을 포함한 성소수자 단체들은 4위원회 결정에 환영하며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글로스터 학교위원회 편을 들며 그림 군의 기대를 저버렸다. 글로스터 학교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며 “그림 군은 남녀공용(unisex) 화장실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지난 3월 발효된 HB2(House Bill 2) 법안으로 문제를 빚은 바 있다. 이 법안에는 성소수자 차별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막는 것 뿐만 아니라 트렌스젠더가 생물학적 성에 따라서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미국 전역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성소수자는 절대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고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편을 들어줬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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