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 퓰리처상을 받은 시드니 H. 섄버그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82세.
NYT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섄버그의 옛 동료인 찰스 카이저의 말을 인용해 섄버그가 지난 5일 심장마비가 쓰러진 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며 끝내 이날 뉴욕 포킵시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섄버그는 1975년 발발한 캄보디아 내전에서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 군이 저지른 대학살의 참상을 드러내는 상징이 된 '킬링필드'의 존재를 세상에 전한 인물입니다.
'킬링필드'는 학살로 숨진 시신들을 집단으로 매장한 곳으로, 이를 제목으로 한 영화가 섄버그가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습니다.
1934년 매사추세추주 클린턴에서 태어난 섄버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1959년 NYT에 합류해 26년간 일했습니다.
1973∼1975년 NYT 동남아 특파원으로서 크메르루주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던 섄버그는 크메르루주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장악하자 탈출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현지인 조수 디트 프란과 함께 프놈펜에 남았습니다.
크메르루주 군에 억류됐던 섄버그는 결국 프랑스 대사관을 거쳐 태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해 200만명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를 낸 대학살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섄버그는 이후 뉴욕 본사로 복귀했지만, 디트 프란을 캄보디아에서 탈출시키지 못한 죄책감에 한동안 펜을 잡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그러다 디트는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을 틈타 캄보디아를 탈출해 4년 만에 섄버그와 재회했습니다. 그는 미국에 정착해 NYT의 사진기자로서 활약하며 고국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섄버그는 고문, 강제노동 등 디트가 겪은 참혹했던 일들을 기사로 다뤘고 1980년 '디트 프란의 생과 사'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펴냈다. 섄버그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을 각색한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 필드'는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198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내전 생존자인 행 응고르가 남주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섄버그는 NYT를 떠나고 나서 1989년, 1997년에 캄보디아를 다시 찾아 배니티페어에 기사를 싣는 등 언론인으로서 일을 계속했습니다.
2008년 디트 프란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섄버그는 "프란과 취재 파트너로 함께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고 서로 형제라고 부르는 사이가 된 것은 더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딘 뱅큇 NYT 책임편집자는 "섄버그는 역사에 남을 용기 있는 특파원이었다"며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실상을 미국에 알린 전쟁 특파원이었다"고 애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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