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 EU 탈퇴) 후폭풍으로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야당인 노동당 당수교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기총선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면서 여·야당 당수교체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개연성이 커졌다.
브렉시트 탈퇴 교섭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물이 당권을 쥐느냐는 영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관심사다. 당권을 EU 탈퇴파가 쥘지 아니면 잔류파가 가져갈지에 따라 브렉시트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차기 총리 및 당권을 거머쥘 강력한 후보로 여성주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보수당에서는 브렉시트 지지파로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보리스 존슨(52)에 맞서 ‘제 2의 대처’라는 평가를 받는 테레사 메이(59) 내무 장관이 도전장을 냈다. 노동당에선 불신임안이 통과돼 사퇴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버티기고 있는 제레미 코빈 당수에게 ‘레즈비언’의원인 안젤라 이글(55)이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선 “무모한 남성들이 터트린 대형사고(브렉시트)를 수습하기 위해 여성들이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EU잔류파인 메이(59) 장관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총리후보직과 보수당 당권에 도전하겠다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출사표를 던졌다. 메이 장관은 국민투표에서는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투표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적’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내놓은 ‘출마의 변’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EU탈퇴파 존슨 전 런던시장을 정조준 했다. 메이 장관은 “내가 총리가 되면 브렉시트 전담 부처를 만든 후 협상 임무를 탈퇴파를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지는 “메이 장관이 공개적으로 브렉시트 협상 임무를 존슨과 고브에게 일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분열된 당을 추스릴 적임자가 자신임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권자 51%가 ‘탈퇴’를 지지했던 만큼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이들과 대립하기 보다는 타협을 통해 불화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메이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한다. 메이장관은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이민 억제에도 적극적이어서 EU탈퇴 찬·반진영을 골고루 끌어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메이 장관 밑으로 들어갈 순 없다는 것. 메이 장관의 제안을 곱씹어 보면 ‘독이 든 성배’와 같은 EU협상 역할을 자신에게 떠미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존슨은 메이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자 2시간 뒤 바로 출마를 선언했다. 존슨 전시장 역시 두쪽난 당을 통합하는 데 자신이 최적임자임을 자처했다.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탈퇴 캠페인에서 한배를 탔던 마이클 고브(48) 법무장관이다. 고브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잔류파 중 상당수 의원을 아군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문제는 존슨-고브 연합에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BBC에 따르면 고브 장관 부인은 실수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신의 지지가 없다면) 보수당 의원들은 존슨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 확약을 받기 전까지는 당신이 먼저 나서서 지지하면 안된다”며 존슨 전시장에 대한 지지 유보를 요구한것으로 드러났다. 고브 장관이 존슨에게 등을 돌리면 메이 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메이와 존슨외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는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장관과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 등이 있다. 보수당 샛별로 꼽히는 크랩 장관은 공공주택단지에서 미혼모 슬하에서 성장한뒤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잔류파였지만, 국민투표 결과대로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 가겠다고 공약했다. 폭스 전 장관은 국민투표에서 탈퇴 진영에 섰다.
보수당 지도부는 후보를 9월 9일까지 2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그후 모든 당원이 투표해 대표를 최종 선출하고 오는 10월 2일께 전당대회에서 총리로 추대하는 시나리오다. 야당인 노동당도 브렉시트 여파 수습에 허덕이고 있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예비내각 지도부는 안젤라 이글(55·전 예비내각 기업장관) 의원을 당수로 추대키로 하고 공개 경선을 이날 선언했다. 소극적 EU잔류파인 코빈 당수와는 달리 강성 EU잔류파인 이글 의원은 그림자내각에서 비즈니스장관을 맡았지만 지난 26일 사임했다. 이글 의원은 지난 97년 9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레즈비언(동성애자)임을 공개한뒤에도 경제분야 등에서 뛰어난 업무능력덕에 평판이 좋다. 지난 2009년 인디펜던트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생애자 50’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텔레그래프지는 “재투표 청원 운동이 계속 커지고 탈퇴캠프의 거짓 공약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차기 보수당, 노동당의 정치 권력이 어떻게 재편되느냐는 향후 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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