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내 ‘반(反) 트럼프 전선’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9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원의원들이 각자 양심에 따라 트럼프를 지지하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 나는 누구에게도 자신들의 양심에 반해 뭘 하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를 당론에 따라 모두 의무적으로 지지할 필요 없이 각자 양심에 따라 표를 던질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얘기다. 공화당 1인자가 트럼프를 전폭 지지하는 대신 직접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찍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이다. 트럼프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의원인 켄달 언루를 주축으로 한 수십 명의 공화당 대의원들은 내달 공화당 대선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자유롭게 대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당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역별 순회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의원들이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매직넘버’를 달성한 트럼프를 반드시 지지하도록 돼 있는 현행 경선 룰을 바꾸자는 것이다. 언루는 방송에 출연해 “지금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며 “내 의견에 동참하는 대의원들이 ‘트럼프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선 과정에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지원했던 스티브 로운갠은 지난 16일 트럼프에 반대하는 30∼40명의 대의원과 전화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계 연방판사를 비난하는 ‘막말’을 퍼붓고 올랜드 테러사건후 테러국 이민자 입국금지 주장을 다시 내놓으면서 공화당내부에서 트럼프 자질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애플은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 등을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여성과 이민자, 사회적 약자 등을 향한 트럼프의 거친 발언을 애플이 문제 삼았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수많은 이민자를 미국 밖으로 내쫓으려는 트럼프의 생각이 외국 출신의 고급 인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는 IT(정보기술) 기업들의 노력과 배치된다”고 전했다.
반면 세계 최고 부자이자 ‘기부왕’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오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2000년 부인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빈곤과 질병퇴치 운동을 펴고 있는 게이츠는 보건·의료 전문 미디어인 STA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재단은 어떤 행정부에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것”이라면서도 “힐러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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