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다급해진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세금 인상과 복지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유권자들 겁주기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등에 따르면 오스본 장관은 이날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정부 재정에 300억파운드(약 50조원)의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증세와 재정지출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스본 장관은 세금을 올려 150억파운드를 확보하고, 나머지 150억파운드는 복지 지출을 줄여 마련하는 이른바 ‘비상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가 산출한 전망치를 토대로 내놓은 것이다. IFS는 브렉시트 현실화되면 비상 예산이 1~2년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 소득세가 현행보다 2%포인트 오른 22%가 되고, 고소득자는 3%포인트 인상된 43%를 내야 한다. 상속세는 5% 포인트 오른 45%까지 인상되며 주류세와 유류세는 각각 5%로 오른다. 경찰, 교통, 지방정부 관련 예산은 5% 삭감되고 국민건강서비스(NHS)와 교육, 국방 예산도 2%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금 지급액도 연간 20억파운드 줄어든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EU를 떠난다면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공서비스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본 장관의 이례적인 초강수 발언에 같은 노동당은 물론 집권 여당 보수당 의원도 반기를 들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 어떤 긴축안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57명의 보수당 의원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보수당 내 약속을 깨고 유권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정치적 약속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57명의 의원들 또한 ‘브렉시트 예산’ 통과를 저지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당은 지난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국민건강보험료를 현 국회 임기 동안에는 올리지 않겠다고 법제화한 바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아무도 비상 예산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다음주 EU 잔류에 투표하면 이런 사태를 모두 피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FT는 이번 발언으로 오스본 장관의 입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오스본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고, 브렉시트가 무산되더라도 당내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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